천연자원도 없고, 기술력과 자본도 없었던 우리에게는 무모하고 비현실적인 시도였지만 우리는 과감하게 도전했고, 크게 성공했다. 세계 수준의 품질·규모를 자랑하는 정유·화학산업·제철이 그 결과였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강의 기적’은 석유화학 산업에서 시작한 놀라운 성과였다.
그런 석유화학 산업이 토사구팽(?死狗烹)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이 그 시작이었다. 정유사의 담합이나 폭리의 근거를 분명하게 밝혀내지도 못했으면서도 국제 원유·석유제품 시장에서 시작된 급격한 가격 상승의 책임을 정유사에게 떠넘겨버렸다. 회계사 출신이라는 산업부 장관이 ‘휘발유의 원가를 밝혀내겠다’는 오기로 정유산업을 압박했다. 심지어 정부가 직접 일본 정유사의 경유를 수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국가 경제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정유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완전히 깨져버렸다.
2011년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도 악재였다.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들불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013년에 제정된 ‘화평법’과 ‘화관법’을 통해서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제도화되었다. ‘국민 건강’과 ‘환경 보호’는 핑계였고, 사실상 화학물질의 유해성·위해성을 앞세운 ‘화학산업 퇴출법’이었다. 유럽연합(EU)의 REACH가 강조하는 ‘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기술의 가치를 무시한 맹목적인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도 석유화학산업에게는 악재였다. 우리나라 화학산업의 출발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요소’의 생산을 2012년부터 전면 중단해 버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값싼 중국산 요소에 넋을 잃어버린 것이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요소 생산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의 요소수 대란은 자유시장에만 집착하는 선무당 수준의 경제 논리가 만들어낸 혼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