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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Collabo

먹고 버린 굴 껍데기, 알고 보니 천혜의 자원

작성자  조회수2,829 등록일20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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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스토리

먹고 버린 굴 껍데기,

알고 보니 천혜의 자원

 

 

 

 

안녕하세요! 케미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온다는 남녘 땅 거제에서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놀러 갔냐고요? 그럴 리가요. 인터뷰를 위해 출장을 왔답니다. 그런데 푸른 바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한껏 기분이 업 되는 것도 사실이긴 해요. 새로 입사한 케미 프렌즈 친구들도 경험 쌓을 겸 함께 오며 수다를 떨다 보니 마음이 더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먼 길을 부지런히 달려오니 어느새 점심시간. 거제에 왔으면 뭐다? 당연히 이곳의 자랑인 굴 요리지요. 오늘은 평소보다 더 즐거운 마음으로 맘껏 굴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먹을 굴이 사람의 미식이나 건강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에까지 도움이 되는 길을 찾은 화학연 연구자를 만나러 가는 길이기 때문이지요.

 


 

Chapter 01

한해 29만 톤 골칫거리 굴 껍데기

 

 

 

바다의 우유로 불릴 만큼 영양성분이 풍부하고 맛도 좋은 굴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수산물입니다. 매년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규모가 약 6억 달러(한화 8,600억 원)에 이르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 굴 생산대국이자 프랑스, 중국 다음의 세계 3위 굴 수출국이기도 합니다. 특히 남해안 청정해역에서 자라는 한국의 굴은 발달된 양식 기술과 높은 상품성 덕분에 국제시장에서 더 고가에 판매가 되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배보다 더 큰 배꼽, 굴 껍데기를 처치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내 굴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경남, 특히 거제와 통영 일대는 요즘 제철인 굴을 수온이 더 오르기 전에 수확하려는 손길들로 무척 분주합니다. 굴 양식으로 소득을 올리는 어민들의 표정에는 활기가 가득하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악취를 풍기며 산을 이루는 굴 껍데기에 시름도 깊습니다. 국내의 굴 껍데기 발생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굴 껍데기 발생량은 연간 29만 톤으로 전체 패각(조개껍데기)의 80%가 넘습니다. 특히 굴은 다른 조개류와 달리 생산 현지에서 대부분 껍데기를 벗긴 뒤 유통하기 때문에 양식장 주변 바다와 땅에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쌓이고 있는 실정이지요. 그나마 11만 톤은 발전소, 제철소에서 석회석의 대체재로 사용되고 있지만 굴 껍데기를 가공하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환경오염물질이 탄소중립 시대의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었습니다.

 

피엠아이(PMI)바이오텍 박정규 대표

 

 

그런데 이런 난제를 해결할 기술이 우리 화학연 연구자로부터 나왔습니다. 화학연에 21년간 근무해 온 연구원이자, 연구원 창업 지원 제도를 통해 회사의 문을 연 박정규 피엠아이(PMI)바이오텍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버려지는 굴 껍데기를 이용해 값비싼 산업 원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인데요. 내친김에 실험실 기술의 완전한 상용화를 꿈꾸며 창업의 길로 나선 박 대표는 요즘 거제와 대전, 서울을 오가느라 더없이 바쁜 봄을 맞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넘어 해외에서 더 많이 쏟아지고 있는 러브콜 때문입니다.


Chapter 02

친환경 칼슘에 쏟아지는 러브콜

과자나 음료수, 영양제 등의 식품 첨가물과 자동차·반도체 산업원료로도 쓰이는 칼슘제품은 대부분 석회석을 채굴해 900℃ 이상의 고온으로 열처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왔습니다. 에너지 소모가 크고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되는 방법이지요. 반면 피엠아이바이오텍은 묽은 염산으로 굴 껍데기 가루를 녹인 뒤 불순물을 걸러내 고순도 탄산칼슘과 구연산칼슘을 생산하는 기술로 친환경성과 경제성 모두에서 국내외로부터 큰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박정규 대표가 비교적 간단하게 보이면서도 쉽게 모방하기 힘든 굴 껍데기 유래 고순도 칼슘제 제조기술을 탄생시킨 과정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는 화학연에서 LED 형광물질과 나노소재를 연구해 왔습니다. 학생연구원 시절부터 따지면 30여 년간 화학연에서 연구에 몰두해 온 것인데요. 2018년 초, 우연히 본 한 기사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남해안 일대에 버려지는 굴 껍데기의 심각성에 관한 보도였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일하며 평소 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굴 껍데기 문제에 대한 보도를 보고 왠지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주말에 바닷가에서 주워 온 굴 껍데기로 밤 시간을 이용해 재활용 방법을 연구했어요. 그렇게 용액공정을 이용한 원료 생산 기술을 고안했는데 본격적인 실험을 위해 응모한 연구개발 과제 공모에서는 번번이 미끄러지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기가 생기더군요. 내가 내 기술로 회사를 세워 내 판단이 결코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지요.”


Chapter 03

“깨끗한 환경=경제적 이익” 선순환의 연결고리

 

 

2020년 12월 문을 연 피엠아이바이오텍은 골칫덩이였던 굴 껍데기의 재활용이라는 새로운 산업적 가치 창출 사례로 수산업계는 물론 많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빠른 시간 내에 연간 300톤 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10여 명의 직원을 채용하는 데도 큰 무리는 없었지요. 출연연 기술이전과 창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해온 화학연의 지원도 박 대표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특히 창업에 나서는 연구자가 기술 사업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휴직제도는 그가 ‘반드시 후배 연구원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한다’며 늘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하는 죽비소리가 되고 있지요.

 

 

 

피엠아이바이오텍의 굴 껍데기를 이용한 친환경 칼슘 제조기술은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프리미엄급 식품용 탄산칼슘의 국산화를 넘어 자동차용 플라스틱 충진재, 반도체 공정 폐수와 불소 제거제, 대기오염 물질 배출시설의 탈황제와 에코 시멘트 등 한층 다양한 산업원료 개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과 공급계약 논의가 활발해지며 설립 5년차인 올해부터 폭발적인 매출 성장이 예고되고 있는데요.

박정규 대표의 가까운 목표는 “국내에서 버려지는 굴 껍데기 3분의 2 이상을 처리하는 10만 톤 규모의 친환경 칼슘원료 생산시설 구축”이라고 말합니다. 나아가 “전 세계 해안가로 제조시설을 확대해 보다 많은 이들이 환경보전과 경제적 이익이 연결되는 선순환 사이클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고 싶다”는 원대한 목표도 힘주어 말하고 있는데요. 독창적인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넘어 과학자의 사회적 기여라는 꿈을 향해 성큼성큼 더 큰 걸음을 내딛고 있는 그에게 케미와 친구들도 영양만점 굴 먹은 힘을 다해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