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CT 케미알앤디 <케미챌린지>
e-CCU : 탄소연금술사
화학연의 새로운 도전

지난 3월 경북 내륙지역에서 피어오른 불씨가 바람을 타고 동해안까지 번지며 큰 산불 피해를 발생시켰습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5만여 헥타르에 이르는 피해면적은 그간 역대 최악으로 불린 강원 영동 지역 산불(2000)의 네 배, 경제적인 피해 규모도 1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Chapter 01
상용화 임박한 화학연 CCU 기술
해당 지역 주민은 물론 온 국민의 마음을 까맣게 태운 이번 산불의 주요 원인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산림 수종 문제와 비상대응체계, 시민 안전의식 부재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과거에는 특정 계절에 집중됐던 산불이 이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되풀이되는 재난으로 자리 잡은 가장 큰 배경으로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을 꼽고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1990년 112일이던 국내 연간 산불 발생일이 최근 3년간 무려 204일까지 늘어나며 산불 발생 시기에 대한 고정관념은 이제 완전히 깨진 상태라 전합니다. 또한 기후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며 가파르게 치솟는 연평균기온으로 인해 향후 수년 내 산불 발생 위험도가 최대 13.5%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 저지와 탄소중립 실현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기술 개발도 전 세계적으로 더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이산화탄소 포집과 화학원료 전환 연구를 해오며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CCU 연구개발 선도 기관으로도 명성이 높은 화학연의 빠른 움직임입니다.

탄소중립화학공정실증센터 실증실험동 내부 장비 전경
화학연은 특히 지난해 구축한 국내 유일·최대 규모의 CCU 기술 실증 전문기관인 CCU실증지원센터와 올해 구축이 완료되는 탄소제로 화학공정 혁신센터를 기반으로 촉매-공정-실증을 아우르는 CCU 토털 솔루션을 확보하며 조속한 핵심기술 상용화의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는데요. 약 1만 시간 이상의 내구성을 자랑하는 촉매를 이용해 연간 5천 톤 이상의 합성가스를 제조하는 기술의 실증 연구가 이미 진행 중입니다. 또한 가까운 시일 내 본격화될 초산, 메탄올, 디메틸카보네이트, 나프타, 가솔린, 항공유 등의 CCU 기반 제품 생산은 이산화탄소를 청정연료와 산업용 원료로 되돌리는 저탄소 산업 시대의 중대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Chapter 02
탄소중립의 또 다른 견인차 e-CCU
화학연은 이에 더해 기후위기 대응과 동시에 최근 중국·사우디 등의 저가 제품 공세로 흔들리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향하는 데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e-CCU(electrified CCU) 원천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학연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촉매 및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CCU 기술의 탄탄한 기반 위에 전기화를 접목함으로써 기술 개발의 속도와 효율성 모두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e-CCU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에너지 부문 탄소중립 달성의 견인차로 제시하고 있는 4대 기술(재생에너지·에너지효율화·수소 및 바이오에너지) 중 하나로, 많은 양의 열에너지가 필요해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했던 석유화학·철강 등의 대규모 제조업을 전기화하는 것입니다. 휘발유 자동차와 가스레인지를 전기차, 인덕션으로 대체하는 것처럼 전통적인 굴뚝 산업 현장의 화학연료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지요.
탄소국경세, 택소노미, RE100, ESG 경영 등 탄소중립이 국제무역의 가장 중요한 규범이 됨에 따라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앞두고, 전기화 여부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지요. e-CCU 기술이 매우 중요한 이산화탄소 감축수단인 동시에 새로운 미래시장 선점의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이 때문입니다.
Chapter 03
기후변화는 위기이자 기회
이에 따라 미국, 영국, 유럽 등 주요국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기화 솔루션 개발과 실증 지원에 투자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 차원에서 초고속 전기로 공정 기술, 수소환원제철 기반 전기로 기술, 전기 가열로 시스템 등 한국형 e-CCU 핵심기술의 개발을 추진 중인데요.
가스레인지를 전자기 유도 방식의 인덕션으로 교체하면 냄비나 뚝배기 같은 조리 기구도 전부 자성을 띠는 금속 재질의 용기로 바꿔야 합니다. 가열 속도나 사용 후 잔존 열의 양상도 달라지기 때문에 요리 레시피에도 변화가 필요하지요. e-CCU 역시 촉매, 반응기, 공정 등 시스템 전반에 걸쳐 새로운 기술 혁신이 필요합니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CCU 반응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화학연은 현재 점점 더 전기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는 산업계 전반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e-CCU 미래기술 개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화학 공정 전기화에 최적화된 전열 탄소 전환 촉매, 탄소 전환 전극, 전기 발열 소재, 이산화탄소 포집 열전 촉매와 요소 기술 간 유기적 호환이 가능한 e-CCU 통합 공정 개발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 CCU 기술이 직면해온, 탄소저감 효과와 경제성이라는 상반된 두 목표간의 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된 셈입니다.
화학연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폐플라스틱 자원화 분야에서는 화학연이 개발해 온 기술을 전기화 공정에 최적화하기 위한 촉매 및 공정기술 개발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전도성 폐플라스틱을 합성하는 해중합 기술, 전기 저항으로 도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전기가열 스크루 반응 시스템 기술 등이 그것입니다.
국민 모두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이번 초대형 산불 사건은 기후위기가 이제 더 이상 먼 나라,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극명히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변동성은 또 다른 큰 성장의 변곡점이 되곤 합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CCU 기술 개발을 선도해온 화학연의 행보가 e-CCU라는 한층 새로운 혁신기술의 시대에도 변함없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