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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청정한국’ 명성을 되찾아라! 마약과 싸우는 화학연

작성자  조회수10,066 등록일20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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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스페셜

‘청정한국’ 명성을 되찾아라!

마약과 싸우는 화학연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닙니다. 실제로 지금 이 시각 미국의 많은 도시에서 실시간으로 목격되고 있는 충격적인 모습이지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관세전쟁을 선포할 만큼 치명적인 마약 문제, 이게 과연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이기만 할까요?

 

 

 

 

Chapter 01

“마약 청정국은 옛말” 마약범죄 범람하는 한국

 

2019년 이후 18~45세 미국인 사망원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을 만큼 치명적인 불법 마약 펜타닐은 원래 1959년 제약사 얀센이 개발한 합성 의약품입니다. 약효가 기존의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의 100배에 이를 만큼 강력한 데다 낮은 단가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주사제·구강제·패치제 같이 다양한 제형으로도 만들기 쉬워 말기암 환자의 진통제와 수술실 마취 보조제로 널리 사용되어 왔지요.

 

 

펜타닐을 최초로 합성한 벨기에의 화학자 파울 얀센(Paul Janssen1926~2003)

 

 

 

하지만 매우 적은 양으로도 기존의 마약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저렴하기까지 한 만큼 중독자가 대거 늘면서 미국에서만 한 해 7만 명 넘게 사망할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펜타닐로 인해 한창 일할 나이에 노동력을 상실한 미국 노동자만도 63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인 전체 사망원인에서도 펜타닐로 인한 사망이 총기사건, 자살, 암보다 높아졌지요. 더욱 심각한 것은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하는 10~19세 청소년의 숫자가 3년 새 182%로 폭증했다는 것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의 최대 원료 수출국인 중국, 이를 가공해 미국으로 밀반입시키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가공기지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관세청)

 

 

마약 문제는 우리나라도 이제 예외가 아닙니다. 과거에는 주로 부유층과 연예계 등 특정 계층의 일탈 정도로만 여겼는데 상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2016년 유엔의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고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에도 마약류 범죄 건수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매년 크게 늘고 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항과 항만 등에서 적발된 마약 건수는 총 862건으로 최근 4년 새 5.3배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압수된 마약 787kg은 약 2,6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하지만 실제 밀수되는 단계에서 차단되는 사례보다 밀반입에 성공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음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마약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지는 쉽게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올해 초에는 높아지는 국내 마약 수요 탓에 아예 인적 드문 강원도 산간에서 코카인을 제조해 유통하려던 국제마약조직이 검거돼 해당 지역사회가 한바탕 난리가 나기도 했지요.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17개 시도의 하수처리장 시료를 분석한 결과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더 우려하는 것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마약의 종류입니다. 헤로인, 필로폰, 코카인, 대마초 같은 전통 마약보다 펜타닐 같은 값싸고 구하기 쉬운 신종 마약의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인데요. 어느새 국내에서 검출되는 마약류의 24.7%를 차지하고 있는 펜타닐과 유사체 마약은 건장한 남성도 0.2mg의 극미량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게 할 만큼 위험한 약물입니다. 따라서 투약량도 매우 적어 검출과 단속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미국처럼 10대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SNS를 통해 펜타닐이 은밀하게 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적극적인 대응이 더욱 시급해지고 있는 상황이지요.

 

 


Chapter 02

현장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새 우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번지고 있는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 단추는 우선 공권력을 통해 국내 유통과 사용을 강력하게 차단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관당국이나 수사기관이 밀거래와 투약 현장을 적발했을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마약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MEMS 기반 마약류 검출 센서 시스템

 

 

화학연 박막재료연구센터는 이미 10여 년에 가까운 마약 감지 센서 연구로 16종 이상의 마약류 감지 센서 기술을 개발하며 마약 확산 방지에 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마약류의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샘플을 채취해 실험실에 가져와 분석해야 했던 것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지요.

 

 

박막재료연구센터 연구진은 마약 감지 센서 외에도 AI와 사물인터넷 시대의 인공 감각기관인 첨단 센서 개발에 주력해 왔는데요. 유해가스 등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해물질 검출 센서, 약간의 혈액이나 체액만으로도 특정 병원균과 질환 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 초고감도 바이오센서, 인체에서 직접 생체 정보를 수집하는 웨어러블 센서, 사람의 피부처럼 외부의 물리적 자극을 감지하는 압력 센서, 자율주행차와 야간 보안 등에 적용되는 저렴한 적외선 센서 소자 등이 대표적이지요.

이 같은 기반 지식과 기술들을 바탕으로 화학연 연구진이 개발한 마약류 검출 센서의 핵심은 임신테스트기 등의 바이오센서에서 활용하고 있는 ‘항원-항체 반응’입니다. 항원-항체 반응은 외부로부터의 병원균 침입을 막는 면역 시스템인데요. 연구진은 단백질로 이뤄진 동물의 항체 기능을 모사해 마약을 직접 감지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마약 성분에 반응하는 감지 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화학연 연구진은 나아가 더욱 다양한 종류의 기체 센서와 액체 센서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마약 밀거래나 투약 현장뿐만 아니라 공항, 항만의 공기 중에서도 마약 탐지견처럼 극소량의 마약 성분을 잡아낼 수 있도록 정확도와 감지율을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약류 검출 센서 연구는 쉽지 않은 길입니다. 연구 책임자인 명성 센터장은 “초기에는 연구자들이 마약을 구할 방법이 없어 1년 넘게 기다려야 했다”고 전합니다.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일부 마약성 진통제는 허가를 받고 구할 수 있지만 순수 마약성 물질을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경로는 전무했기 때문이지요. 우여곡절 끝에 세관 등으로부터 압수한 마약을 제공받았지만, 이마저도 과제 종료와 동시에 폐기 해야 합니다. 더 아쉬운 것은 미국을 넘어 세계 전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 펜타닐 등의 신종 마약류입니다. 명 센터장은 “향후 우리 사회의 신종 마약류 범람을 막기 위해 관계기관을 통한 샘플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화학연은 이와 함께 마약류 검출 시스템의 핵심 소재인 마약류 포집용 다공성 나노소재와 센서용 나노소재, 표면처리를 통한 센서 성능 향상과 MEMS(미세전자제어기술) 기반의 소형 통합 센서 시스템 연구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한층 더 신속하고 정확한 마약 감지 기술 개발을 위해 전력투구를 거듭하고 있는 화학연의 노력이 우리 국민과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