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02
불확실한 ‘품질’과 걱정스러운 ‘변질’
애써 만든 수제품의 ‘품질’도 확실하지 않다. 소비자가 어설프게 만든 수제 비누에는 원료로 사용한 지방산이나 수산화소듐이 잔류할 수도 있고, 원하지 않는 ‘불순물’이 포함될 수도 있다. 모두 비누의 품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수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일은 상당한 수준의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다. 소비자가 품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
품질을 확인하지 않은 수제품을 불특정 다수의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법으로 엄격하게 정해놓은 기술·시설을 갖추어야만 화장품·의약외품·생활용품을 생산해서 유통망을 통해서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칫하면 ‘약사법’, ‘화장품법’, 또는 ’전기생활용품안전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적·사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정체불명의 장인이 만들었다는 명품도 마찬가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제품의 ‘부패’(腐敗) 또는 ‘변질’(變質)이다. 거의 모든 수제품은 시간이 지나면 유기물이 분해되거나 곰팡이나 박테리아(세균)의 증식에 의한 ‘변질’이 진행된다. 조리한 음식과 달리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은 한꺼번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수제 화장품을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수제 화장품이나 비누를 냉장고에 넣어둔다고 변질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자칫하면 세균 범벅으로 변질된 수제품 때문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시중에 유통 중인 화장품이나 생활화학용품에는 가공식품과 마찬가지로 부패와 변질을 방지하기 위한 ‘보존제’를 반드시 사용한다. 비누와 치약도 예외가 아니다. 살생력이 충분히 약해서 제품의 부패나 변질을 막아주면서도 인체나 환경에는 부작용이 없는 ‘살생물질’(biocide)을 보존제로 사용한다. 보존제를 ‘방부제’라고 오해해서 거부할 이유가 없다. 방부제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포르말린과 같은 맹독성 살생물질이다.
보존제에 대한 지나친 거부감은 경계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는 일부 보존제를 ‘가습기 살균제’라는 이유로 사용을 전면 금지시킨 조치는 합리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보존제 성분을 밀폐된 실내에 지속적·반복적으로 분무(噴霧)하도록 요구한 제조사의 ‘살인적 사용법’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제조사의 잘못을 보존제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