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CT 케미탐험대 <화학칼럼>
절대 쉽지 않은
광물 자원의 순환경제

중국이 현대 산업에 꼭 필요한 리튬·니켈·구리·코발트·희토류 등의 ‘핵심광물’ 확보에 혈안이 되어있다. 전 세계의 ‘광산’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광산 투자액은 무려 221억 달러에 이르렀다. 중국이 인수한 해외 광산 중에서 거래액이 1억 달러 이상인 곳이 10개나 된다.
중국이 광산만 사들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해외에서 채굴한 광물을 직접 운반해서 중국 땅에서 중국인의 손으로 직접 제련하겠다고 우긴다. 중국이 싹쓸이하는 물량이 상식을 넘어선다. 국제 공급망의 불안한 현실을 핑계로 과도한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월까지 6개월 동안 중국이 국제 시장에서 쓸어간 니켈이 10만 톤이나 된다. 중국의 니켈 광물 비축량이 평소의 최대 3배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 제작에 꼭 필요한 핵심광물이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실제로 리튬 광물의 제련은 59%가 중국에서 이루어진다. 전 세계 희튜류 생산의 70%도 중국이 채굴하고, 희토류 금속의 90%도 중국이 생산한다. 코발트의 73%도 중국이 만든다.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금속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광물 자원을 경제적 ‘무기’로 사용하겠다는 검은 야심이 중국 지도자의 눈을 가려버린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도 뒤늦게 광물 자원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희토류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만드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침략으로 초토화되어 버린 우크라이나의 광물을 미국이 차지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전 세계가 어두웠던 제국주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이다.
Chapter 01
별에서 만들어진 광물 자원

138억 년 전의 빅뱅에서 만들어진 수소(H)와 헬륨(He)을 제외한 우주의 만물(萬物)은 모두 ‘별 먼지’(stardust)에 들어있던 원소의 화학결합으로 만들어진다. 원자번호 3번 리튬(Li)에서 26번 철(Fe)까지의 원소는 태양을 비롯한 주계열성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항성 핵합성’에서 만들어졌고, 원자번호 27번 코발트(Co)에서 94번 플루토늄(Pu)에 이르는 무거운 원소는 초신성 폭발에서 만들어졌다.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우쭐대는 우리 인간은 사실 속절 없이 별 먼지에 들어있던 원소의 ‘재활용’으로 만족해야 하는 숙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구에는 별에서 만들어진 94종의 원소 중에서 극도로 불안정한 프로메튬(Pm)과 넵투늄(Np)을 제외한 92종의 원소가 남아있다. 그리고 우리가 애써 찾고 있는 유용한 광물 자원은 대부분 단단한 땅속에 들어있다. 우리가 일상생활과 산업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려면 어쩔 수 없이 깊은 땅속을 파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인류 문명은 인류가 땅속에서 애써 캐낸 광물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꽃 피기 시작했다. 땅속에서 광물을 캐내기만 하면 끝나는 일은 아니다. 너무 물러서 유용하게 사용하기 어려웠던 구리에 주석을 섞어서 단단한 청동을 만드는 합금 기술이 필요했다. 철이 산소나 황과 단단하게 결합한 철광석에서 순수한 철을 분리하는 기술도 필요했다. 5천 년 전 현재의 터키 중앙부에 있던 고대 히타이트 왕국에서 시작된 철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광물을 채굴해서 순수한 금속으로 만들어 가공하는 모든 공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반응성이 매우 비슷한 희토류 금속을 분리해서 생산하는 데는 상당한 수준의 첨단 기술과 비용이 필요하다.
땅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별 먼지를 캐내서 활용하는 일은 인류에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자원의 적극적인 활용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자원의 활용이 언제나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Chapter 02
낯설지만 포기할 수 없는 순환경제
지난 한 세기 동안 지구상의 인구는 5배가 늘었고, 평균 수명도 2배 이상 늘어났다. 경제 상황도 놀랍게 개선되었다. 세계의 총생산이 34배나 늘어나면서 자원의 소비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천연자원의 채굴량은 1972년 28.6기가톤(Gt)에서 2021년 101.4기가톤으로 3.6배나 증가했다. 지난 30년 동안 원유 소비량도 40%가 늘어났고, 석탄 소비량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제 자원의 ‘채취·생산·폐기’로 구성된 전통적인 ‘선형 경제’를 대체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는 1989년 영국의 환경경제학자 데이비드 피어스와 케리 터너가 ?천연자원과 환경의 경제학?에서 처음 주창한 개념이다. 자원의 ‘채취(take)·생산(make)·폐기(dispose)’로 구성된 전통적인 ‘선형 경제’(linear economy)의 대안으로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순환 경제는 환경을 폐기물 저장고로 인식하는 전통적인 선형 경제학에서는 재활용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반성에서 시작한다. 제품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자원의 효율성과 폐기물의 최소화를 목표로 설계하고, 폐기물의 재사용(reuse)·재활용(recycle)을 통한 ‘자원 순환’으로 자원의 지속 가능한 사용을 촉진하는 친환경적 노력을 강조한다. 순환경제는 유럽연합(EU)의 유럽형 녹색분류체계(taxonomy)가 지향하는 6대 환경목표 중 하나다. 우리도 2025년부터 ‘순환경제사회법’을 시행한다.
제품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자원의 효율성과 폐기물의 최소화를 목표로 설계하고, 폐기물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통한 ‘자원 순환’으로 자원의 지속 가능한 사용을 촉진하는 순환 경제가 우리에게 아주 낯선 것은 아니다. 고철이나 청동과 같은 금속 자원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순환 경제의 원칙이 적용됐다. 실제로 철광석을 원료로 사용하는 용광로가 필요한 ‘제철’ 공장은 고철을 원료로 사용하고 전기로를 활용하는 ‘제강’ 공장과 전혀 다른 설비와 기술을 사용한다. 종이·유리·알루미늄의 순환 경제도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한 상태다.
순환 경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자원의 절약이다. 그동안의 선형 경제 체제에서는 자원을 무분별하게 소비했던 것이 사실이고, 기술 발전이 새로운 자원의 소비로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자원의 사용량은 빠르게 늘어났다.

순환 경제에서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노력도 중요하다. 특히 기후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 핵심이다. 탄소중립 실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멘트·플라스틱·철강·식품 등의 산업에서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고갈 위기에 있는 천연원료 대신 재생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순환 경제에서는 폐기물 자원의 순환도 중요하다. 폐기물의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서 원료·설계·생산·사용에 이르는 산업의 전(全)과정에서 순환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석유화학·철강·비철금속·배터리·전자·섬유·자동차·기계·시멘트 산업에서의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순환경제의 핵심은 물질의 정체와 변환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화학’(chemistry)이다. 198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로얼드 호프만이 지적했듯이 화학은 현대 과학의 가장 중요한 기둥인 ‘중심과학’이고, 인간을 야생의 짐승과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생활과학’이다. 현대의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도 화학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다.
글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