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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이모저모

소리 없는 영웅 ‘세라믹’의 세계

작성자하이브파트너스  조회수717 등록일2021-12-03
kirct_호기심연구소_img_01.jpg [99 KB]

KRICT 호기심연구소

 

 

소리 없는 영웅

‘세라믹’의 세계

 

 

‘불에 구운 물건’이란 그리스어 유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줌의 흙과 모래에서 출발한 세라믹(ceramic)은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온 소재입니다.
또한 1만 년 전의 신석기혁명부터 현대의 정보통신혁명까지,
인류의 생활양식에 끊임없이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소리 없는 영웅이지요.

‘불에 구운 물건’이란 그리스어 유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류의 생활양식에 끊임없이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소리 없는 영웅이지요.

 


 

진흙덩어리의 변신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농사와 목축이 시작된 선사시대의 어느 저녁. 불가에 둘러앉은 한 가족이 강변에서 캐온 점토로 열심히 무언가를 만듭니다. 먹고 남은 곡식과 가축의 젖을 담을 그릇입니다. 이윽고 어둠이 찾아오자 그들은 잘 만든 몇 개만 움집 그늘로 옮기고 모양새가 빠지는 것들은 모닥불에 던져둔 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들이 단잠에 빠진 사이, 진흙덩어리는 뜨거운 열기 속에서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조상은 진흙덩어리가 실은 지구의 대지에서 산소 다음으로 풍부한 원소인 규소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을 것입니다. 흙과 모래의 근본 원소인 규소(Si)는 지각의 약 2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기율표에서는 탄소 바로 아래에 위치합니다. 탄소족의 ‘넘버투’ 답게 성질도 탄소와 비슷해 다른 원소와 아주 잘 어울리지요. 자연에서는 대개 산소, 탄소, 질소 등의 비금속 원소와 결합해 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과학자들은 세라믹을 ‘금속원소와 비금속원소가 결합해 만드는 물질’이라고 정의하는데요. 세라믹은 ‘광물에 열을 가해 만드는 무기재료’로도 설명됩니다. 처음부터 불에 구워서 만든 물질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열에 아주 잘 견디는 내열성과 함께 가볍고 표면이 단단해지는 경질성을 갖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잔불을 지피러 나온 우리의 조상들은 불 속에 던져놓은 그릇들이 단단하고 매끈해진 것을 발견하곤 신기해하며 이리저리 살펴보았을 것입니다. 인류 최초의 세라믹 제품인 토기가 탄생한 것이지요.

 

 

금속과 비금속의 결합

흙을 빚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던 세라믹 토기는 점차 굽는 온도를 높이고 유약을 입힌 도자기로 발전하면서 인류의 생활문화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부싯돌이 됐습니다. 약 5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는 모래에서 반짝거리는 규사 알갱이들만 골라서 투명하고 맑은 유리그릇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구운 석회석 가루를 물과 반죽하면 시멘트가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거대한 돌을 층층이 정밀하게 쌓아올린 피라미드가 수천 년 동안 보존될 수 있는데도 인류 최초로 건축물에 사용한 시멘트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돌의 표면과 사이를 채운 세라믹이 풍화작용과 부식의 피해를 줄인 것이지요. 원소의 존재를 몰랐던 옛 사람들은 모래, 점토, 고령토, 장석, 규석 같은 천연원료들을 구워서 도자기, 타일, 유리 같은 세라믹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전통세라믹은 금속보다 단단하고 부식에도 강해 자연환경에서 잘 견디지만 충격을 받으면 잘 깨진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또 금속이나 고분자 등의 재료는 녹여서 재활용할 수 있지만 세라믹 제품은 한 번 만들고 나면 모양이나 성질을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금속이 큰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보다 구부러지는 이유는 자유전자들 때문입니다. 금속은 안정한 원자구조가 되기 위해 자기의 전자들을 하나씩 내놓는데 이 전자들은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반면 홑원소물질인 금속과 달리 세라믹은 금속과 비금속 원소의 조합이기 때문에 매우 구조가 복잡합니다. 이런 매우 강한 결합은 세라믹이 금속보다 높은 강도와 녹는점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자유전자가 없어 충격을 받으면 구부러지는 게 아니라 쉽게 깨져버리게 됩니다.

 

파인세라믹의 탄생

근대에 접어들며 화학에 눈을 뜬 인류는 세라믹이 원소들의 조합과 원자배열에 따라 기존의 4대 특성인 고강도성과 내열성, 내식성, 내구성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전자기적, 기계적, 광학적, 생물학적 성질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제 천연광물에서 탄화규소, 질화규소, 알루미나, 타이타늄, 지르코늄 등의 금속 성분을 고순도로 정제하게 되면서 전기, 전자, 기계, 화학, 광학, 바이오 등 현대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을 촉발하고 있는 파인세라믹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파인세라믹의 새로운 기능 중 가장 잘 알려진 게 바로 21세기 정보통신혁명의 시대를 연 ‘전자기적 특성’입니다. 특정 조건에서만 전기가 통하는 반도체 특성, 압력을 가하면 전기를 발생하거나 전기를 가하면 길이 변화가 생기는 압전성, 전기를 비축하는 유전성((誘電性),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성 등의 특성은 컴퓨터, 가전제품, 자동차, 센서 등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서 제한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기능을 탑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경우는 700여 개 부품 중 리튬이온배터리를 비롯해 최소 600개 이상이 세라믹 소재로 이뤄져 있지요. 오늘날 파인세라믹은 산업 용도별로 다양하게 세분화된 이름 속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각종 전자기기 부품에 사용되는 전자세라믹, 우주왕복선의 열차단재나 고온 가스터빈 등의 엔진부품을 만드는 엔지니어링 세라믹, 생체 조직 중 치아나 뼈 같은 조직의 복구에 이용하는 바이오세라믹 등이지요. 또한 차세대 에너지원인 태양전지와 이차전지, 빛으로 유해물질을 분해하는 광분해성을 이용한 세라믹 필터, 2,000℃ 고온에도 타지 않는 광촉매 섬유, 나노분야와 융합한 로봇의 지능형 생체재료 등 다양한 첨단소재로도 진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