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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고 MSG의 우마미를 즐기도록 해준 화학

작성자하이브파트너스  조회수931 등록일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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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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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고 MSG의 우마미를 즐기도록 해준 화학

글 | 이덕환(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과)

글 | 이덕환(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과)

 

 

‘먹거리 X파일’이라는 자극적인 종편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선정한 ‘착한 식당’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끌벅적했던 적이 있었다. 광우병 소동으로 떠들썩했던 2008년의 일이었다. 당시 종편이 제시한 선정 기준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화학조미료’의 사용 여부가 유일한 기준이었다. 절차도 허술했다. 식당을 몰래 찾아간 선무당 수준의 전문가들이 음식을 맛보는 것이 전부였다.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옐로 저널리즘의 파장은 엄청났다. 지자체는 물론이고 교육부와 공군까지 속절없이 휘둘리고 말았다.

 

 

권위를 잃어버린 식약처

종편이 희생양으로 삼았던 화학조미료는 L-글루탐산이라는 아미노산의 소듐(나트륨) 염(鹽)인 MSG였다. 우리에게 ‘미원’이나 ‘미풍’이라는 상품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아미노산계 ‘조미료’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새로운 식품첨가물 분류에서는 ‘향미증진제’에 속하고, 식약처가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고 평가하는 식품첨가물이다. 미국·일본·유럽연합의 식품 안전 관리 기구는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MSG를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나쁜 ‘화학조미료’로 만들어버린 것은 1993년 신제품을 내놓았던 신생 식품기업의 고약한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당시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MSG를 ‘화학조미료’라고 몰아붙이는 요란스러운 광고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에게 ‘화학조미료’를 ‘인체에 해로운 화학 성분이 포함된 조미료’로 인식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었다. 다만 소비자들이 건강과 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화학물질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합성 조미료’와 ‘인공 조미료’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듬해 1월에 MSG가 함유된 제품을 ‘화학조미료라고 지칭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광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말았다. 소비자들이 MSG는 물론이고 맛그린까지도 건강에 해로운 화학조미료로 인식해버렸다. 결국 맛그린을 내놓았던 신생 식품기업도 문을 닫아야만 했다. 어설픈 노이즈 마케팅 시도로 자기 발등을 찍어버린 셈이었다.

 

MSG를 생산하던 기업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생산설비를 동남아시아로 이전해야만 했고, 기업의 이름까지 바꿔야만 했다. 식약처가 안전성을 인정한 800여 종의 식품첨가물과 그런 식품첨가물을 사용한 모든 가공식품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일파만파로 증폭되어 버렸다.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한 시민단체들까지 나서서 가공식품에 대한 거부감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증폭되면서 식품기업들은 ‘MSG 무첨가’를 광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무책임한 종편의 ‘착한 식당’ 소동이 그런 혼란에 기름을 부어버리는 역할을 했다. 지자체와 공군에서도 MSG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교육부가 제작한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서에도 MSG를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인공합성 감미료’로 잘못 소개하는 일도 있었다. MSG의 안전성을 강조하던 식약청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소비자들은 가공식품에 대한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다행히 이제는 상황이 정리되었다. MSG가 사탕수수를 발효시켜서 제조하는 ‘발효 조미료’이고, 우리의 건강에 꼭 필요한 아미노산이라는 정확한 과학적 팩트를 적극적으로 소개한 덕분이었다. 이제는 MSG를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MSG를 충분히 먹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알려졌다. MSG 소동은 우리 사회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되었다.

 

 

MSG는 천연 아미노산

 

글루탐산(glutamic acid)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에게 꼭 필요한 20종의 아미노산 중 하나이다. (식품과학자와 식약처에서 사용하는 ‘글루타민산’은 독일어 명명법에서 잘못 유래된 일본식 이름이다.)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경우에 글루탐산은 몸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글루탐산은 단백질의 소화에서 질소 화합물의 배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반드시 필요하다. 뇌를 비롯한 몸 전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고, 우리 몸의 생리작용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모유(母乳)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밀에 들어있는 글루텐 단백질의 30% 이상이 글루탐산이다.

 

식품에 들어있는 ‘천연’ 글루탐산은 인체에 안전한 ‘복합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MSG와 다르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화학적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엉터리 전문가들과 언론이 좋아하는 ‘복합체’는 화학에서 ‘단백질’이라고 부르는 영양물질이다. 음식에 들어있는 단백질은 펩신이라는 소화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후에 몸속으로 흡수된다. 글루탐산도 마찬가지다. 화학적으로는 단백질에 포함된 글루탐산이나 식품에 유리된 상태로 포함된 글루탐산이 생리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억지일 뿐이다.

 

 

MSG는 발효 조미료

 

글루탐산(glutamic acid)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에게 꼭 필요한 20종의 아미노산 중 하나이다. (식품과학자와 식약처에서 사용하는 ‘글루타민산’은 독일어 명명법에서 잘못 유래된 일본식 이름이다.)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경우에 글루탐산은 몸에 들어있는 아미노산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글루탐산은 로는 단백질에 포함된 글루탐산이나 식품에 유리된 상태로 포함된 글루탐산이 생리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억지일 뿐이다.단백질의 소화에서 질소 화합물의 배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반드시 필요하다. 뇌를 비롯한 몸 전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고, 우리 몸의 생리작용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모유(母乳)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밀에 들어있는 글루텐 단백질의 30% 이상이 글루탐산이다.

 

식품에 들어있는 ‘천연’ 글루탐산은 인체에 안전한 ‘복합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MSG와 다르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화학적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엉터리 전문가들과 언론이 좋아하는 ‘복합체’는 화학에서 ‘단백질’이라고 부르는 영양물질이다. 음식에 들어있는 단백질은 펩신이라는 소화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후에 몸속으로 흡수된다. 글루탐산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MSG의 상업적 생산은 끊임없이 진화했다. 초기에는 1908년 동경대학의 화학자 이케다 기케나에가 사용했던 천연식품에서 추출하는 기술을 이용했다. 이케다는 40킬로그램의 다시마를 끓여서 겨우 30그램의 MSG를 얻을 수 있었다. 생산 원가가 낮은 대안이 필요했다. 밀과 같은 곡물에 들어있는 식물성 단백질을 염산으로 가수분해하는 ‘산분해 공법’이 그런 대안이었다.

 

1962년에는 석유화학 원료인 아클릴로나이트릴을 이용한 본격적인 화학적 합성법이 개발되었다. 1970년대부터는 전통 식품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발효 기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사탕수수·사탕무·타피오카·당밀(糖蜜)의 탄수화물을 영양성분으로 사용하고, L-글루탐산을 배설하는 미생물을 이용한다. 오늘날 생산되는 MSG는 거의 대부분 발효 공정을 이용한 것이다.

 

MSG의 맛을 ‘우마미’(うま味, umami)라고 부른다. 이케다가 1908년에 처음 사용한 일본어가 이제는 웹스터 영어사전에도 ‘MSG의 맛’으로 소개되어 있는 국제 전문용어가 되었다. 흔히 우마미를 ‘감칠맛’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어머니의 손 맛’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감칠맛에 해당하는 어휘는 모든 언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영어의 ‘savory’, 중국어의 ‘메이웨이’(美味) 또는 ‘시안웨이’(鮮味)가 그런 어휘들이다.

 

우마미 성분은 다양한 식품에서 발견된다. 다시마나 가다랑어포를 우려낸 일본의 ‘다시’(해물 육수), 콩이나 어류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장류(藏類), 유산균을 이용한 발효 식품이 대표적인 예다. 동양에서만 우마미를 즐긴 것도 아니다. 멸치나 정어리와 같은 어류를 소금에 절인 어장(魚醬, 젓갈)은 로마 시대에도 유행했다. 18세기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샤바랭이 개발한 송아지뼈 육수(veal stock)나 토마토와 치즈를 많이 쓰는 이탈리아 요리도 우마미의 향미증진 효과를 이용한다. 우마미 성분이 포함된 소스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감칠맛 나는 음식을 아무나 먹을 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감칠맛이 나는 음식은 충분한 여유가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이나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우마미를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준 것이 바로 화학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MSG를 거부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