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책임자가 된 시기부터는 기술 국산화를 넘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대형 원천기술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화학연 박용기 박사 연구팀과 함께 10여 년에 걸쳐 개발한 세계 최초의 ‘촉매 분해법에 의한 올레핀 제조기술’(ACO, Advanced Catalytic Olefin)입니다. 기존 NCC의 열분해 방식과는 다른, 촉매 기반의 저온 공정을 통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올레핀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지요. 이 당시 개발된 순환유동층 촉매반응 기술이 현재 화학연에서 NMTO(Naphtha to Olefin, 나프타-올레핀 전환기술)와 플라스틱 열분해유 업사이클링 등의 탄소중립 핵심기술들로 확장되고 있어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을 퇴직한 후에는 다시 한화토탈 연구소장으로 근무하였고, 최근까지는 한화임팩트의 기술자문으로서 가스터빈 수소 발전을 위한 대규모 암모니아 크래킹용 촉매 및 공정 개발에 힘을 보태왔습니다.
Chapter 02
ACO부터 그린폴까지

Q. CCU 기술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계속해서 고성능 폴리올레핀 제조기술(Single Site 촉매 기반 POE/LLDPE 제조기술),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제조기술 등의 신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성공하였고, 이 과정에서 한국 에너지 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기술들에 대한 탐색도 계속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CCU(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기술이었지요. 우연한 기회에 접한 아주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 기술을 이전받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10년대 초반,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하는 친환경 폴리머 제조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린폴(Greenpol)’로 명명된 이 제품은 생분해성과 함께 그을음 없이 완전 연소되는 장점도 있어 식품포장 필름, 인조가죽, 벽지 등의 내장재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로서는 환경 이슈가 지금만큼 크지 않아 본격적인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너무 시대를 앞서간 기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한국 CCU 기술의 발전 수준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우리나라는 화학연을 필두로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CCU 기술에 접근한 덕분에 현재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사업화 진척 정도는 조금 늦은 편이라 할 수 있지만, 주요 선진국 역시 상업화 초기 진입 단계에 불과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간 화학연을 비롯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확보해 온 CCU 및 전기화 기반 e-CCU 등의 원천기술과 민간 기업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플랜트 엔지니어링 역량을 통합해 실증과 사업화에 집중한다면, 이른 시일 내에 글로벌 시장의 개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국토 여건상 태양광, 풍력 등의 무탄소 에너지원이 부족한 만큼,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해외 협력 및 진출 전략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오랜 산업계의 경험을 전략연구단 운영에 어떻게 녹여내실 계획이신가요?
전략연구단은 총괄기관인 화학연을 비롯해 KIST, 생명공학연구원, 에너지기술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지질자원연구원 등의 출연연들 중심으로 구성되고, 다수의 대학들이 위탁연구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연구개발 역량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사업화 부문에서는 기업체들보다 속도와 추진력이 부족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계 최초의 원천기술들을 육성하면서도 빠른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기업의 R&BD 모델을 이식하려 합니다. 단계적으로 과제를 관리·재편해 가는 스테이지 게이트(Stage-Gate) 시스템을 도입해 자원 투입의 효율성과 집중도를 높이고, 기술개발과 파일럿 실증에 이어 모듈형 통합 공정 구축, 기술이전까지 체계적인 사업화 패키지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Chapter 03
CCU 상용화 선도한다

Q. 전략연구단의 구체적인 운영 목표와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기존 CCU 기술의 한계를 넘는 무탄소에너지(CFE) 기반의 CCU 미래 혁신기술 개발이 목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5년간 CCU 기술 개발과 실증에 필요한 단위 모듈 공정 설계서 4종, 상용화 통합실증 1종, 기술이전 4건, NSC 논문 10편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2035년 기준, 전기화 기반 이산화탄소 자원화 기술을 바탕으로 이산화탄소 120만 톤 감축, e-항공유/e-plastic 원료 등 연간 3조원 매출기여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Q. 끝으로 화학연 내에서도 단장님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화학연 구성원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 노벨화학상이 금속-유기 골격체(MOF) 개발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화학연은 MOF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축적해왔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또 한편으론 한국의 첫 노벨상 수상자가 화학연에서 나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CCU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화학연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산화탄소 포집과 전환 연구를 해오며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CCU 연구개발 기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 유일, 최대 규모의 CCU실증지원센터를 기반으로 촉매-공정-실증을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을 확보하며 상용화의 기대감도 계속해서 높여 왔지요. 앞으로도 모든 분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신다면 머지않아 곧 CCU 기술의 글로벌 리더 자리에 오를 거라 믿고 있습니다. 저 역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화학연과 전략연구단의 국가적 임무 달성을 위해 제가 맡은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