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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Collabo

화학연 나노 기술, 냄새를 부탁해

작성자하이브파트너스  조회수1,372 등록일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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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일비

* 일비는 ‘가까이에서 도움이 되는 존재’를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화학연 나노 기술,
냄새를 부탁해

 

“냄새를 보여드립니다.” 울산 온산공단 ㈜태성환경연구소 입구에 걸려 있는
이 간단명료한 슬로건 속에는 이 회사가 오랜 시간 지향해온 사업 비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악취 및 유해 물질원인 분석과 통합예방·관리 시스템 개발에 주력해온
태성환경연구소는 한 자동차 대기업의 의뢰로 차량 실내의 냄새 해결책을 모색하던 중
화학연과 함께 선택적으로 냄새를 저감하는 나노복합소재 필터 개발에 성공합니다.

 

 

악취 원인 찾아 20년
1997년 설립된 태성환경연구소는 약품 및 실험기자재 사업에서 출발해 20년 이상 쌓인 관련 업력을 바탕으로 건축물과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 및 유해 물질원인 분석과 통합예방·관리 시스템과 고기능성 탈취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윤기열 대표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회사에서 무역을 담당하다 현 태성환경연구소의 전신인 태성통상을 창업했습니다. 이 회사의 초기 주요 사업 아이템 중 하나는 일본산 탈취제를 수입해 산업 용도별로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윤 대표와 함께 태성환경연구소의 기틀을 닦아온 김석만 전무는 “회사가 자리를 잡아가고 환경오염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차츰 탈취제 사용에 앞서 원인분석과 진단이 먼저라는 공감대가 회사 내에 형성됐다”고 말합니다. 이에 따라 1999년 연구소 설립을 통해 자체 기술력 확보에 나선 태성통상은 창업 후 4년 만인 2001년, 태성환경연구소로 옷을 갈아입으며 본격적인 환경 전문기업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수입 탈취제가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었습니다. 사용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야만 처방이 나오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지요. 당시 국내에서는 냄새를 측정하고 분석 한다는 것이 낯선 개념이어서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전 세계에서 1천여 가지의 악취원인물질을 구해 각각의 특성을 분석하고 관능평가와 최소감지값 등의 데이터를 구축하면서 차근차근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냄새 원인 물질만 선택적으로

(좌) 한국화학연구원 서봉국 박사, (우) 태성환경연구소 김석만 전무


2000년대 들어 환경 문제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태성환경연구소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및 악취 분석 트랙 개발, 국가지정 악취검사기관 인증, 세계 각지의 각종 악취저감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차곡차곡 기술력을 더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태성환경연구소를 찾는 국내외 기업과 지자체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던 어느 날, 한 자동차 대기업으로부터 차량 실내의 냄새를 해결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분석을 해보니 주요 원인은 플라스틱 내장재, 그리고 에어컨이었습니다. 내장재는 첨가제를 이용해 냄새를 없앨 수 있었는데 에어컨은 문제가 좀 복잡했습니다. 수분응축이 반복되는 차량 에어컨 시스템의 특성상 내부에서 미생물 등이 번식해 신차와 중고차 모두 지속적으로 냄새가 유발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항균코팅 등의 기술을 사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코팅표면에 먼지가 쌓여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악취 원인물질이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태성환경연구소는 먼지뿐만 아니라 악취제거까지 가능한 기능성 필터 적용을 제안하고 기술 개발에 들어갔지만 곧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다양한 원인물질 중 냄새유발 물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필터의 핵심소재인 나노입자의 구조와 표면적. 기공성 등을 고도로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백방으로 관련 기술을 찾아다녔지만 쉽사리 답을 구하지 못해 고심하던 중, 뜻밖에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해결사를 찾게 됩니다.

 

“기업 지원은 할 때마다 새 공부”
화학연 정밀·바이오화학연구본부의 서봉국 박사는 20년 가까이 다공성 나노소재를 연구해온 전문가입니다. 기초연구의 현장 접목에 관심이 많은 탓에 연구원이 있는 울산시 기업들과의 협력사업에도 특별한 애정을 가졌습니다. 그런 만큼 태성환경연구소가 나노복합소재 필터 개발에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에도 이것저것 따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의 시작은 기업들의 전문분야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연구자들에게는 낯선 응용제품들이 많으니 반드시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이기도 하지요. 태성이 개발하고 싶어 하는 필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자동차는 제가 전혀 접해보지 못한 영역이라 이해에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화학연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산업계 경쟁력 강화입니다. 정밀·바이오화학연구본부가 정밀화학산업 거점도시인 울산에 자리를 잡은 것도 먼저 나서서 중소기업에 접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만큼 내 개인이 아니라 기업의 필요를 중심에 놓고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매번 새로운 대상 분야와 기술적 요구조건들을 이해해야 하는 과정이 어렵지만, 화학연 연구자라면 응당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이지요.” 기업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화학연의 노력,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탁월한 지리적 접근성에 힘입어 연구개발은 빠르게 속도감을 더해갔습니다. 그렇게 태성환경연구소와 서 박사의 긴밀한 공동연구는 2016년 마침내 ‘악취원인물질 선택적 저감기술’을 탄생시켰습니다. 신차 내장재에서는 휘발성유기화합물, 중고차에서는 잦은 수분응축과 미생물 번식등 원인성분의 종류에 따라 선택적으로 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지요. 태성환경연구소는 이 선택적 저감기술을 바탕으로 연식에 따라 원인물질이 달라지는 자동차 실내 악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과 응용제품군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화학연 역시 악취원인물질 저감기술 개발에서 축적한 요소 기술들을 바탕으로 보다 폭넓은 사회문제 해결형 인지·감응 소재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김석만 전무는 “화학연이 없었다면 선택적으로 냄새를 저감할 수 있는 나노복합소재 필터 개발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며 “공동연구 과정에서 지켜보니 우리가 필요로 했던 첨단기술과 국내외 최신 정보들이 모두 화학연에 체계적으로 축적되어 있는 게 놀랍기만 했다”고 말합니다. 태성환경연구소는 최근 그간 축적한 악취제거 기술을 빅데이터와 드론 등의 첨단기술과 융합한 실시간 냄새추적 시스템을 개발해, 악취물질 발생원 파악과 대기오염물질 저감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전국 지자체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환경부가 한국판 디지털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여수국가산단 화학사고 원격 모니터링 시범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으며 ‘냄새 잡는 종합병원’이라는 목표에 한발 더 바짝 다가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