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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Collabo

지역산업의 미래를 여는 '소재' 프런티어들

작성자전체관리자  조회수1,195 등록일2021-02-25
포커스_01.png [706.6 KB]

KRICT Collabo

지역산업의 미래를 여는

'소재' 프런티어들

덕산하이메탈(주)


솔더볼

덕산하이메탈은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반도체 패키징 필수소재 솔더볼을 주축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전자재료를 대량생산하고 있습니다.

설립 첫 해부터 반도체 대기업에 자체 개발한 솔더볼을 공급하기 시작한 이래

해외 유수 기업들과의 치열한 개발경쟁 속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접합소재의 국산화에 주력한 끝에

현재 세계 3대 솔더볼 제조업체이자 국내 최대의 OLED 소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소재산업 입국의 꿈

2019년 7월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로 대한민국의 주력업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위협을 받으며 오히려 더 큰 주목을 받게 된 기업이 있습니다. 울산 북구 연암 공단에 위치한 덕산하이메탈(회장 이준호)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곳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소재산업입국(入國), 그 중심기업 덕산(德山)”이란 통천 현수막이 그 이유를 짐작케 합니다.

울산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의 3대 주력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화학공업도시입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중화학공업 강세에 가려 전자나 소재산업 등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지역 산업구조 속에서도 덕산하이메탈은 20년 넘게 울산을 지키며 반도체 접합소재라는 독자적인 아이템으로 글로벌 소재기업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덕산하이메탈이 울산을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창업자인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 1982년 선박 도금업체인 덕산산업을 세우며 사업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당시 막 폭풍성장을 시작한 반도체 산업을 눈여겨보며 소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몇 년 간에 걸쳐 전 재산을 투자한 끝에 반도체 패키징 핵심소재인 솔더볼 독자개발에 성공한 1999년, 덕산하이메탈의 역사도 본격화되었습니다. 국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소재 강소기업이 울산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2014년 신기술 개발을 위해 영입된 유영조 연구소장은 “국내 유수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기업인 덕산하이메탈이 관련 산업체가 몰려 있는 수도권 대신 불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울산에 있는 것이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회고합니다. 하지만 사업 다각화를 위해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도전볼, 투명전극, 특히 열전도성 전자파 차폐제의 개발을 진행하며 비로소 그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울산이 집적지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약점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큰 잠재력, 다시 말해 화학연으로 대표되는 정밀화학 분야의 탁월한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차세대 전자파 차폐소재

연구하는모습

덕산하이메탈의 주력제품인 솔더볼(solder ball)은 반도체 칩의 다리를 전자회로기판과 연결해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데 쓰이는 초정밀 접착소재입니다. 일본에 전량 의존하던 솔더볼 국산화를 기반으로 세계 수위의 기업으로 성장한 덕산하이메탈은 이후에도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며 끊임없이 차세대 기술을 탐색했습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소재인 도전볼(AFC), 실버나노와이어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들의 큰 관심사가 바로 전자파 차폐제였습니다.

“전자파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부품 간 간섭과 오작동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를 막는 차폐소재가 필수적입니다. 스마트폰에서 보듯이 최근 전기전자제품은 갈수록 내부 구조가 복잡해지며 전자파 간섭과 발열 문제가 신제품 개발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부분 금속 캔을 씌우는 방식이 주로 이용됐는데 공정비용이 비싸고 최종 제품의 중량이 무거워져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차폐제 자체 개발을 시도했습니다. 필러라고 부르는 금속분말과 접착물질인 바인더를 섞어서 뿌리는 방식을 고안하게 된 것이지요.”(유영조 덕산하이메탈 연구소장).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랜 기술개발 경험으로 필러를 다루는 데는 자신이 있었지만, 10~20가지 조성물이 최적의 비율과 구조로 배합되어야 비로소 제 성능을 발휘하는 바인더의 개발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더 큰 난관은 필러와 바인더 개발 뒤에 이 둘을 절묘하게 합쳐야 하는 블렌딩 시스템이었습니다. 차폐제 개발의 핵심기술이지만 참고할 만한 논문이나 이론적 체계를 찾을 수 없는 미개척의 영역이었기 때문입니다.

화학연과 기업의 환상 블렌딩

연구모습

비슷한 무렵인 2015년, 오랜 시간 고분자 합성을 연구해온 정밀화학융합기술연구센터의 공호열 박사는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를 통해 우연히 덕산하이메탈이 난항을 겪고 있는 차세대 차폐제 개발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곧 잦은 만남이 이어졌고 금세 서로의 가치를 알아본 덕산하이메탈과 화학연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스프레이 인쇄라는 혁신적인 방식의 전자파 차폐제 개발에 의기투합하게 됩니다.

공 박사는 “정밀화학 중심지인 울산에서 일하며 전자재료 등의 산업 응용분야에 관심이 많던 터였다”면서 “특히 실패해도 괜찮은 연구가 아니라 울산을 대표하는 소재기업의 미래가 걸려 있는 만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도전정신을 북돋았다”고 말합니다. “좋은 금속입자와 고분자 소재를 개발해도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 합쳐지면 기대했던 물성과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블렌딩 시스템이 새 전자파 차폐소재의 관건이 되는 만큼 연구개발이 본격화된 이후 2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실험을 했지요. 덕산하이메탈과 우리 연구진들이 서로에 대해 강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아도 한 번도 낙담했던 기억이 없습니다.”

화학연과 덕산하이메탈의 끈끈한 신뢰 속에 탄생한 ‘열전도성 전자파 차폐소재’는 단단한 기판이든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든 스프레이처럼 뿌리기만 하면 차폐막이 형성됩니다. 대세가 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이지요. 이에 따라 2016년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기술의 혁신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현재 2021년 제품 공급을 위한 막바지 점검이 한창인데요. 기존 소재와 동등한 차폐 성능뿐 아니라 차세대 전기전자제품들의 크기와 무게를 10~30%까지 줄일 수 있어 약 3조 원 규모의 전자파 차폐제 시장에 대규모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울산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이 주력산업입니다. 상대적으로 소재산업은 부각되지 못했지요. 하지만 전자재료 등의 소재도 결국 정밀화학입니다. 울산이 가진 기존의 강점들을 잘만 활용하면 큰 변화 없이도 부가가치 높은 신성장동력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수도권에 비하면 아직 기반이 약하지만 R&D 인프라가 충분하고 덕산하이메탈 같은 도전적인 기업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미래라 여겨집니다.”(공호열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