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

KRICT Special

대한민국이 가는 두 개의 길, 경부고속도로 vs 에너지고속도로

작성자  조회수2,913 등록일2025-08-27
케미잇슈05.png [2,494.6 KB]

KRICT 케미잇슈

 

대한민국이 가는 두 개의 길

경부고속도로 vs 에너지고속도로

 

 

올여름 경부고속도로가 55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경부고속도로는 단순한 도로가 아닙니다. 1970년 7월 완공과 함께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국가의 대동맥입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빨라지며 비약적인 산업 성장과 국토 균형 발전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2025년, 우리나라는 경부고속도로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대역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로 ‘에너지고속도로’입니다.

 

 

 

Chapter 01

에너지가 흐르는 고속도로

 

에너지고속도로는 말 그대로 ‘에너지가 흐르는 길’입니다. 경부고속도로가 ‘산업화 시대’의 심장이라면, 에너지고속도로는 ‘디지털 탄소중립 시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게 될 새로운 혈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 정부의 국정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는 에너지고속도로가 단순한 송전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와 산업 지도, 지방 소멸 위기의 운명까지 뒤바꾸는 ‘제2의 경부고속도로’가 될 것이라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구촌은 현재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인프라 같은 디지털 산업 발전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폭염, 산불, 태풍 등의 기상이변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의 위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노후화된 전력망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의무에 따라 전체 발전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생산지에서 수요처까지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새로운 전력망 구축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미국은 2035년 전력 수요가 현재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약 2만 마일의 송전망 신규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새로 발생한 전력 수요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서전동송(西電東送)’ 전략에 따라 서부 지역의 풍부한 태양광·풍력 에너지를 동부 해안의 산업지대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 송전망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요. EU 역시 북해 일대의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와 각국을 해저케이블로 연결하는 범유럽 초고압 송전망 ‘에너지 슈퍼하이웨이’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Chapter 02

고속성장의 길, 지속가능의 길

 

그럼 한국의 상황을 살펴볼까요? 우리나라의 주요 발전원인 원전은 대부분 동해안 지역에 밀집해 있습니다. 부산, 울산, 포항, 창원 등 동남권 거대 산업지대의 주요 전력 공급원이지요. 태양광·풍력 발전이 집중되고 있는 곳은 전북, 전남, 제주 등의 남부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주로 소비하게 될 곳은 수도권입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계획은 이렇습니다. 먼저 2030년대에 서해안의 재생에너지를 해저 송전망으로 수도권에 공급하는 전력망을 건설합니다. 이어 2040년대까지 수도권-서남해-동해안을 하나로 연결하는 U자형 에너지고속도로를 완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지역 간 전력 불균형 해소와 동시에 대한민국의 에너지 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게 될 이 거대한 전력망 프로젝트에서 특히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역은 전라북도의 ‘새만금’입니다.

 

 

현재 새만금에는 방조제 안쪽 광활한 공유수면을 이용해 세계 최대의 수상태양광 단지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새만금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RE100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지요. RE100은 기업이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 충당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인데요. 이미 애플, 구글, 삼성, 현대차 등 5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며 2050 탄소중립 시대를 향한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요소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Chapter 03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산실로

 

화학연의 소셜미디어를 꾸준히 팔로우해 온 독자들께서는 이쯤에서 번쩍 뇌리를 스치는 단어가 떠오르실 텐데요. 맞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입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원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세계 최고 영향력을 가진 연구자’에 선정될 만큼 한국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화학연 전남중 박사팀의 행보에 관심이 많으실 겁니다.

 

 

화학연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와 전남중 박사가 궁금하다면

https://blog.naver.com/krictblog/223702733207?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화학연과 전 박사팀은 현재 수차례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의 기록 경신을 넘어 저온·저비용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본격적인 양산을 향해 잰걸음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화학연 상생기술협력센터에 입주한 국내 기업 ‘고산테크’와 함께 잉크젯 프린팅 기반의 대면적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한 실증과 장비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지요.

잉크젯 프린팅은 비접촉 방식으로 액체 잉크를 미세하게 분사해 대상물의 표면에 균일한 패턴을 형성하는 기술입니다. 소재의 낭비가 적고 생산 비용이 낮은 저온 공정과 고효율, 유연성 등의 뛰어난 장점으로 주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되었는데요. 전남중 박사팀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정밀한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축적해온 고산테크와 함께 차량, 건물, 웨어러블 기기 등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모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전남중(오른쪽 끝) 박사 연구팀

 

 

또한 이들의 공동연구는 최근 우리나라의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계획과 맞물려 더욱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중 태양광 발전소가 집중되고 있는 새만금은 단순한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넘어 대한민국 최대의 차세대 태양전지 실험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핵심 기술로 세계 최고 효율과 저온 공정 기반의 화학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이 부상하고 있지요. 특히 새만금에 조성 중인 RE100 산업단지와 연계될 경우 고효율·저비용 태양광 모듈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김광수 고산테크 대표이사(왼쪽)과 이영국 화학연 원장이 기술이전 협약서에 서명 후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올해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먼저 서해안 구간의 1단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2030년 완공이 목표인 이 1단계 에너지고속도로가 수도권에 공급하게 될 재생에너지 전력은 원전 20기 이상인 최대 20기가와트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향한 화학연과 고산테크의 구슬땀이 대한민국 에너지 패러다임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