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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AI 주권은 제2의 독립운동” 화학연이 쏘아올린 ‘소버린 AI’ 신호탄

작성자  조회수1,073 등록일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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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케미잇슈

 

"AI 주권은 제2의 독립운동"

화학연이 쏘아올린 '소버린 AI' 신호탄

 

 

 

‘AI 3대강국 도약’이 새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정보와 자산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미·중 간 AI 패권경쟁에 맞서 독립적인 AI 주권(Sovereign AI)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국내 최고의 AI 권위자들로 꼽히는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원장,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 등은 이를 ‘AI 독립운동’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소수 빅테크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Chapter 01

AI의 파괴적인 영향력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인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닙니다. 과학기술과 산업은 물론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AI 기술의 파괴적인 영향력이 더욱 명확해지며 수년 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과 자율성을 좌우하게 될 중대현안으로 꼽히고 있지요.

현재 세계 대부분의 AI 기술은 민간 기업과 대학을 중심으로 기술혁신을 거듭해온 미국, 정부 주도로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해온 중국이 독점적 지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데이터 주권과 보안 문제에 대한 세계 각국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지요. 공공기관, 의료, 국방, 교육 등 민감한 분야의 외산 AI 의존이 국가 안보를 뒤흔드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AI 주권, 즉 ‘소버린 AI’를 국가핵심전략으로 채택하고 100조 원 규모의 전폭적인 투자를 천명했습니다. 목표는 단순히 챗GPT, 제미나이, 딥시크 같은 글로벌 AI 모델을 만들자는 것만이 아닙니다. GPU 수급부터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에 이르는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 AI 연구개발과 혁신을 촉진할 인재 육성, 관련법과 제도 확충까지 종합적인 정책 마련을 통해 AI 혁명 시대 국가 주권의 보호에 나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내 학계 및 산업계와 함께 기술 자립, 데이터 주권, 실용성이라는 관점에서 과연 어떤 개념과 가치의 ‘한국형 소버린 AI’ 개발이 지향되어야 하는가도 활발히 논의 중입니다. 오픈AI나 구글처럼 범용 거대 AI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절대적인 인프라 부족과 데이터 열세를 산업별로 특화된 맞춤형 AI로 극복하자는 의견까지 다양한 전략이 테이블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화학연이 구현에 성공한 자기지도학습 AI ‘DELID’가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AI 패러다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 것도 만들자’는 구호가 아니라 ‘한국형 소버린 AI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방향성을 제시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지요.

 

 

 

Chapter 02

한국형 소버린 AI의 길

 

 

헌정 사상 최초로 ‘장미 대선’이 치러진 지난 6월, 화학연에서는 높은 비용의 양자역학 계산 대신 저비용으로 양자역학 계산이 가능한 소규모 분자의 전자 특성들을 조합해 복잡한 분자의 양자역학적 특성을 추론하는 새로운 AI 방법론을 발표해 각계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즉, 양자컴퓨터가 미래에 해결해야할 문제를 AI로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입니다. 연구를 수행한 화학연 나경석 선임연구원과 KAIST 박찬영 교수 공동연구팀은 개발된 AI를 자기지도 확산 모델 기반 분자 표현학습 ‘DELID’라 하고, AI 분야 3대 국제학술대회인 2025 국제학습표현 컨퍼런스(ICLR)에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DELID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자기지도 학습(Self-Supervised Learning)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학연과 KAIST 공동연구팀이 DELID를 통해 구현한 자기지도 학습 원리는 매우 흥미롭고 혁신적입니다. 사람이 미리 정답을 제공하지 않아도 AI가 스스로 분자 내 전자 특성의 규칙을 스스로 학습해서 전체 분자의 특성을 정확히 추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연구팀이 개발한 AI 방법론의 구조 모식도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푸는 AI의 자기지도 학습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학습동기를 부여하는 인간의 자기주도 학습과도 비슷한 점이 많은데요. 학습 주체, 학습 방식, 학습의 목적 면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타인의 개입 없이 스스로 의미를 찾고 확장하는 능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AI의 학습법이 인간의 자율적인 사고방식을 모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동연구진은 이렇게 약 3만 건의 실험 데이터를 학습한 DELID를 이용해 지난 4월 2025 국제학습표현 컨퍼런스(ICLR)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분자 특성 예측 정확도 달성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OLED나 태양전지 소재 설계에 필요한 광학 특성 예측 문제에서 30%대 정확도에 머물던 기존 AI보다 무려 두 배가 넘는 88%의 정확도를 기록한 성과였지요. 정확도뿐만 아니라 예측 속도도 매우 빨라 눈 깜빡임보다 짧은 10ms 내에 복잡한 분자의 특성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hapter 03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푼다”

 

 

 

 

DELID는 전자 수준 정보까지 고려하여 분자의 특성을 예측한 세계 최초의 AI 개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존 AI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전자 수준 정보를 자기지도 학습이라는 독창적 방식으로 해결하며 우리나라 역시 AI 핵심 기술을 자체 설계하고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가 된 것이지요.

DELID가 특히 더 한국형 소버린 AI의 길잡이로 주목받는 것은 외산 AI 모델이나 민감한 산업 데이터를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AI라는 점입니다. 이는 데이터 주권 확보라는 소버린 AI의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이미 뛰어난 성과를 입증한 OLED, 태양전지 등의 광학특성 예측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신약개발에 필요한 독성 예측과 약물 반응성 분석 등 국가전략산업 전반에 걸쳐 바로 적용이 가능한 매우 실용적인 AI 기술이란 점도 주목의 대상입니다. 대부분의 초거대 AI는 범용적이지만 실제 산업에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DELID는 다양한 화학 및 소재 산업에 직접 투입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되었습니다.

기술 독립, 데이터 주권, 산업적 실용성의 세 가지 축을 모두 갖추며 한국형 소버린 AI 실현의 가능성을 높인 DELID는 우리나라가 향후 전 세계적인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선도자로 도약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형 AI 모델 경쟁의 후발주자가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에 특화된 AI 기술을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지요.

“우리는 남들이 못 푸는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푼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범국가적인 소버린 AI 논의에 큰 화두를 던지고 있는 화학연의 DELID 연구 성과가 우리나라의 AI 주권 확보를 넘어 세계 3대 AI 강국 실현의 귀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