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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CT Special

지방간 신약 개발 ‘청신호’ 인공장기 비파괴 측정 기술 탄생

작성자  조회수1,828 등록일2025-04-25
케미잇슈01.png [1,025.3 KB]

KRICT 케미잇슈

 

지방간 신약 개발 '청신호'

인공장기 비파괴 측정 기술 탄생

 

 

심하면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하는 ‘지방간’은 주로 과도한 음주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뜻밖에도 술보다 더 큰 발병 원인이 비만과 나쁜 식습관이 지요. 의학매체 바이오타임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음주이력이 없는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가 전체 지방간 환자의 8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에 현재 국내외 많은 제약사들이 비알콜성 지방간 신약 개발에 많은 힘을 쏟고 있는데요. 최근 화학연 연구진이 개발한 비알콜성 질환 모사 인공장기와 이를 살아 있는 상태로 측정하는 비파괴 분석기술이 신약 탄생의 새로운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Chapter 01

인체의 거대한 화학공장

 

 

 

 

의학계는 간(肝)이 각종 영양소의 대사와 저장, 해독을 담당하는 우리 몸의 거대한 화학공장이라고 묘사합니다.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물을 체내 여러 조직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로 바꾸고, 각 기관에서 쓰고 남은 노폐물들을 다시 간으로 운반해 처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은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되는 포도당을 글리코겐(당원) 형태로 저장합니다. 그리고 필요할 때 다시 포도당으로 전환시켜 혈당을 유지하고 생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발생시킵니다. 아미노산으로는 혈관과 조직의 삼투압을 유지하는 알부민과 혈액응고물질 등을 만듭니다. 따라서 간 기능이 저하되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져 저혈당이 생길 수 있습니다. 몸이 붓는 부종이나 출혈이 쉽게 멈추지 않는 증상도 간의 이상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지방산의 분해와 합성, 콜레스테롤 합성과 대사도 간이 담당합니다. 각종 비타민의 저장과 활성, 지방질 흡수에 관여하는 담즙을 만들고 분비하는 것 역시 간의 일입니다. 술을 마신 뒤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하이드 등의 독성 물질을 분해해 땀과 소변으로 빠르게 배출시키고, 장내 세균과 독소까지 제거하는 해독 기능은 익히 잘 알려진 간의 미덕입니다.

 

 

Chapter 02

아파도 내색하지 않는 간

 

 

하는 일이 워낙 복잡 다양하다 보니 간은 인체 장기 중 가장 무겁고 에너지 소비량도 가장 많습니다. 또한 특이하게도 간은 사람의 내장기관 중 유일하게 재생이 가능한 장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부를 떼어 간경변증과 간암 환자에게 기증하면 공여자와 수혜자의 간이 모두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곤 하지요. 심지어 심각한 거부반응을 동반하는 다른 장기들과 달리 가족이 아니거나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 성공률이 높아 면역학적으로 특별한 혜택을 받은 장기라고도 불립니다.

이렇게 우리 몸 안팎에서 수많은 활약을 펼치는 간은 충직하고 과묵한 돌쇠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좀처럼 내색을 하지 않아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 손상되고 재생되는 것이 일상인 간은 내부 조직에 통증을 느끼는 통각 수용기가 없습니다. 사실 이것은 뇌, 심장, 신장 같은 대부분의 내장기관도 마찬가지이지만 간은 유독 더 통각 신경이 듬성듬성 분포해 있다고 합니다. 만일 간이 피부처럼 통증을 쉽게 느낀다면 아마 인간은 1년 365일 극심한 복통을 달고 살아야 했을 거라고 하는데요. 따라서 간은 이상이 생겨도 초기에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눈에 황달이 생기거나 배에 복수가 차는 등의 증상이 확실해지는 경우에 비로소 질병을 확인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지방질이 간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그대로 간에 쌓여 발생하는 질환 ‘지방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간 무게의 5% 이상이 지방이면 지방간으로 진단이 되는데요. 밖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거의 없고 간혹 복부 불편감이나 피로감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건강검진 중에 우연히 이상 소견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Chapter 03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의 급증

다행히도 지방간 자체는 그리 위험한 질환은 아닙니다. 주요 원인인 과도한 열량 섭취와 음주를 줄이고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로 체중을 조절하면 상당 부분 회복이 됩니다. 하지만 이는 꾸준히 실천하기가 어려운 일이기도 해서 지방간 환자 10명 중 3~4명은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 더 심각한 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 수는 최근 5년 새 43%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고령화, 당뇨, 비만의 증가와 함께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매년 100명 당 2~5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며 전체 환자 수가 6천만 명에 달하고 있어 국제적인 보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비알콜성 지방간 치료제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지난해 한 미국 제약사가 세계 최초로 비알콜성 지방간염의 치료제를 개발해 신속 승인을 받은 가운데 본격적인 지방간 치료제 개발을 향한 제약사들 간의 경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요. 업계는 전 세계적인 비알콜성 지방간 유병률의 급증으로, 신약이 개발되면 그 즉시 연 매출 1조 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자리에 오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Chapter 04

인공장기 살리고 시간도 줄이고

 

 

주요 연구진 사진(왼쪽부터 배명애 책임연구원(교신저자), 신대섭 연구원(1저자), 김현우 책임연구원(교신저자))

 

 

이런 가운데 최근 화학연이 개발한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 모델 인공장기’와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나노 탐침 기반 분석기술’이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지방간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최근 간 질환 관련 신약 개발은 의도적으로 질병 상태로 만든 인공장기에 후보약물을 투입해 반응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들 질환 모델 인공장기를 전체 부위가 파괴될 때까지 누르면서 간 조직의 경도, 즉 딱딱한 정도를 물리적으로 측정하면서 약효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측정 과정에서 미니 인공장기가 파괴되어 연속적인 측정이 불가능하고 특정 위치와 경도 정보를 얻기도 힘듭니다.

 

 

신대섭 연구원(1저자)이 지방간 상태를 따라한 오가노이드(미니 인공장기 세포)가 들어 있는 배양액을 배양접시에 옮기고 있다

 

 

이에 따라 화학연 연구진은 간 인공장기가 살아 있는 상태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나노 단위의 매우 작은 탐침에 매달린 5 마이크로미터의 유리공으로 미세한 영역을 선택적으로 누르고 측정값을 분석하는 계산식을 개발해 인공장기를 파괴하지 않고도 위치별 경도를 정량 측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신대섭 연구원(1저자)이 지방간 오가노이드(미니 인공장기 세포)가 담긴 접시를 배양 장비에 넣고 있다

 

 

학연 연구진은 우선 미니 인공장기를 형광염료로 염색했습니다. 지방이 쌓인 부위에서 강한 빛이 나오도록 해 위치를 찾기 쉽게 한 것입니다. 이어 수 나노미터 크기의 탐침으로 해당 부위에 미세 압력을 가해 휘어지는 정도를 정밀 측정한 뒤 이 결과를 연구팀이 개발한 수학적 계산식으로 분석해 지방 축적에 따른 경도 변화를 정량적 수치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지요.

 

 

 

이 방식의 장점은 인공장기 고정 과정에서 약품 처리로 세포 파괴가 불가피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인공장기가 계속 살아있는 상태가 유지되는 배양액 내에서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연구진은 새로 개발한 나노 탐침 경도 측정 기술로 비알콜성 지방간 모델 인공장기를 측정하며 97% 이상의 간세포 생존율과 더불어 기존의 무작위 측정 방식보다 절반 이상의 시간 단축도 함께 이뤄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한층 효과적이고 간편한 비알콜성 지방간 약물효과 평가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인공장기를 손상시키지 않고도 약효를 정밀 측정할 수 있게 하는 화학연의 연구 성과가 간 질환뿐만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공장기 활용 신약 개발 전반의 핵심기술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