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Krict Special

국가대표 불소 연구자들의 꿈 “핵심품목 넘어 미래소재로”

작성자전체관리자  조회수1,030 등록일2021-02-23
RAL_4848+.jpg [98.5 KB]

KRICT SpeciaI III

국가대표 불소 연구자들의 꿈

“핵심품목 넘어 미래소재로”

불소화학소재공정 국가연구실


한국화학연구원 홈페이지(www.krict.re.kr)에서 조직도를 살피다 보면

특별한 마크를 달고 있는 연구센터들이 눈에 띕니다. 동그라미 안에 ‘N’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이 표식은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국가대표격인 ‘국가연구실(N-LAB)’을 뜻하는 것인데요.

오랜 시간 불소계 소재 연구의 한 우물을 파온

불소화학소재공정 국가연구실(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도 그중 한 곳입니다.

‘팔방미인’ 불소 소재

연구원들

일본 수출규제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실 12곳을 국가연구실로 지정했습니다. 핵심품목의 안정적인 연구와 함께 일본 수출규제 사태와 같은 긴급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산업계 핵심기술 개발, 국내외 기술동향 분석과 협업 등의 중추적인 역할도 함께 맡겼는데요.

원자번호 9번 불소는 지구에서 열세 번째로 풍부한 원소입니다. 불소는 또 모든 원소 중에서 공유결합에 관여하는 전자들을 ‘훔치는’ 전기음성도가 가장 크고 다른 원소들 대부분과도 안정적인 결합으로 화합물을 형성하는데요. 이렇게 조성되는 불소화합물은 내열성·내후성·방수성·절연성·자외선 저항성 등 매우 우수한 특성을 갖게 돼 일상생활과 첨단산업 전반에 걸쳐 두루 이용되고 있습니다. 충치를 막는 치약, ‘테프론’으로 유명한 프라이팬, 아웃도어 의류, 카메라렌즈부터 반도체·스마트폰·이차전지·자동차·우주항공 등의 기간산업까지 불소계 소재가 적용되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지요.

우리나라는 그간 불소계 소재의 국내 수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왔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고순도 불화수소와 불화 폴리이미드를 콕 집어 수출규제 품목에 올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불소화학소재 개발이 워낙 장기간의 연구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있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서도 30여 년 간 묵묵히 불소 연구에 매진해온 이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무관심에도 30년 한 우물

화학연의 불소계 소재 연구는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이들은 지난 30여 년 간 기업과 정부 모두 큰 문제의식 없이 100% 수입에 의지했던 불소계 소재들을 차근차근 국산화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불소계 소재 개발의 기본 뼈대이자 출발점인 TFE(Tetrafluoroethylene), HFP(Hexafluoropropylene), VDF(Vinylidene Fluoride) 등의 단량체들입니다. 제조과정이 어렵고 복잡해 독일·프랑스·일본·미국 등 소수의 선진국이 독점해온 불소화학산업의 핵심기반기술이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독자기술로 탄생한 것입니다.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의 연구진은 이를 기반으로 ▲스포츠의류·텐트·우산·섬유 등의 코팅제인 발수발유제 ▲기능성 재료 대부분에 사용되는 과불소알킬알코올 ▲불소수지도료 프라이머 ▲지문방지제 ▲최상의 기술 난이도로 단 2개국만 보유하고 있던 불소윤활유 ▲20년 이상의 내구성을 갖춘 이차전지와 태양전지용 PVDF(불소수지) 제조 공정기술 등 10여 종의 불소계 핵심소재와 상용화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국내 유일의 전문 연구그룹으로 불소계 소재 국산화의 길을 앞장서 헤쳐 온 이들은 특히 이번 일본 수출규제 사태를 통해 비로소 그 묵직한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중입니다. 손은호 센터장은 “정부와 산업계의 대응책 마련을 위해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 중”이라며 “오랜 기간 소홀히 해온 분야인 만큼 국내 불소산업의 취약한 기반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합니다.

선진국도 못 가본 영역으로

“불소화합물은 다양한 활용도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간 ‘카르텔’이라 불릴 만큼 소수 국가가 연구개발을 독점해온 분야입니다. 이런 격차를 극복하려면 기초적인 연구 외에도 산업계와의 협업 등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지요. 또한 당장의 문제해결뿐만 아니라 듀퐁·3M·아사히글라스·다이킨·솔베이 등 세계 5대 불소회사가 지배해온 범용제품군을 넘어설 수 있는 혁신기술의 연구개발이 필요합니다.”

연구진은 현재 100대 핵심품목 중 7개에 이르는 불소계 소재의 상용화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고도의 기술로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연료전지 이온교환막, 우주항공용 불소고무, 친환경·생체적합형 소재 등의 고기능 정밀소재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는데요. 손 센터장은 특히 국가연구실 지정으로 높아진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 연구진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좋은 연구 성과들로 이어지게 되리라 자신합니다.

“일본 수출규제 사태 이후 진행되는 강연과 견학 등에서 불소 소재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놀라울 만큼 달라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끝난 뒤 질문이 전혀 없었는데 요즘은 어린 학생들도 굉장히 많은 질문을 쏟아내곤 하지요. 이런 국민적 관심과 꾸준한 투자가 계속 된다면 한국 불소화학 산업이 선진국들이 가보지 못한 영역에서 또 다른 미래를 개척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으리라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