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화학연구원은 성능이 오래 지속되면서 가볍고 유연하며 인쇄 공정으로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유기 열전소재를 개발했다.
ㅇ 열전 소재는 열을 가했을 때 전기가 발생하는 소재, 또는 역으로 전기를 주입했을 때 열을 발생시키거나 냉각시켜주는 소재를 말한다*. 열전 소재로는 크게 무기 소재, 유기** 소재 등이 있는데 최근 고분자로 이루어진 유기 소재에 대한 연구가 새롭게 진행되고 있다. 유기 소재는 무기 소재에 비해 가볍고, 잘 휘어지며, 상온에서 비교적 쉽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전기를 주입하면 열이 나거나 냉각되는 소재는 자동차 시트쿨러, 와인 냉장고, 냉온 정수기 등에 상용화돼 쓰이고 있다. 그러나 열을 가했을 때 전기가 발생하는 소재는 아직 상용화에 여러 제약이 있어 전세계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 무기 : 금속 양이온으로만 구성되어 있거나, 금속 원소들이 음이온과 결합하여 만들어진 물질
유기 : 탄소를 포함한 화학 반응을 통해 만드는 화합물
ㅇ 유기 열전 소재 중 대표적인 것이 ‘폴리티오펜’이라는 고분자* 소재다. 고분자 소재는 보통 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데, ‘폴리티오펜’이라는 특정 고분자 소재에 다른 물질을 첨가(도핑**)하면 열전 성능이 향상되어 최근 이를 활용한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 고분자 : 분자량이 매우 큰 분자로 구성된 물질
** 도핑: 불순물을 인위적으로 첨가해 전기적, 광학적, 열적 특성을 향상하는 과정
ㅇ 하지만 지금까지 폴리티오펜을 활용한 소재는 일주일만 지나도 열전 성능이 80%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 중의 산소, 수분 등 때문이다. 화학연 조성윤 박사팀은 공기 중에 3주 이상 노출돼도 열전 성능을 유지하는 새로운 폴리티오펜 활용 소재를 개발했다. 공기 중에서 장시간 성능이 지속되는 폴리티오펜 열전 소자 제작은 처음이다.
□ 연구팀은 ‘폴리티오펜’ 소재 위에, 소량의 염화금을 녹인 용액을 도포했다. 폴리티오펜 소재와 염화금이 만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염화금 이온과 금 나노입자가 생성되면서 독특한 고분자 결정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결정 구조 속 염화금 이온은 열전 성능을 높여주고, 금 나노입자는 열전 성능이 오래 유지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가장 오래 성능이 지속될 수 있는 염화금 농도를 찾아, 극소량만 도포해도 성능이 지속될 수 있도록 했다.
ㅇ 본 소재는 신문을 인쇄하듯 찍어내는 프린팅 공정으로 상온에서 간단하고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면적이 넓은 칼날이 붓처럼 소재를 바르는 방식의 ‘슬롯 다이 프린팅’으로 폴리티오펜 소재를 찍어낸 후, 그 위에 염화금 용액을 도포하는 형태다.
ㅇ 이번 연구결과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에너지 소재 분야 권위지인 『나노 에너지(Nano Energy), IF:16.602』 4월호 논문*에 게재되었다.
* Highly efficient and air stable thermoelectric devices of poly(3-hexylthiophene) by dual doping of Au metal precursors (게재일: 2021.04)
□ 만들어진 유기열전소재는 가볍고 유연하기 때문에 향후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센서, 사물인터넷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차량이나 선박에 적용하면 폐열을 전기로 생산할 수 있다. 글로벌 마켓 리서치 회사인 IDTechEx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열전소자 전체 세계 시장규모는 2018년 2억 7,400만 달러에서 2022년에는 7억 4,600만 달러로 연평균 약 54%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 IDTechEx(2014), Thermoelectric Energy Harvesting(열전에너지 하베스팅 시장전망)
□ 조성윤 박사는 “그동안 유기열전소재와 관련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공기 중에서 성능이 안정적으로 지속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본 소재는 전기전도성도 좋고 성능이 오래 지속돼 향후 다른 전극 소재로도 적용이 확장될 수 있다. 연구팀은 열전 성능과 지속성을 더욱 높이는 연구를 계속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웨어러블 기기나 센서의 자가전원으로도 응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본 연구성과는 한국연구재단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