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에 직면해 핵심소재 국산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연료전지로 불리는 ‘음이온 교환막 연료전지’의 핵심소재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 음이온 교환막 연료전지는 기존 양이온 교환막 연료전지에 비해 제조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어 차세대 연료전지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선진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상용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전무한 상황이다.
○ 이러한 상황에서 음이온 교환막 연료전지의 핵심소재를 개발한 연구진은 국내 기업에 관련 기술을 이전하고, 올해 하반기 상용 제품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 이장용 박사팀은 차세대 연료전지 ‘음이온 교환막 연료전지’에 쓰이는 음이온 교환소재(바인더 및 분리막)의 제조 기술을 개발해, 국내 기업인 ㈜SDB(대표 김호선)에 이전했다.
○ 이번에 개발된 음이온 교환소재는 음이온 교환막 연료전지(AEMFC)에 쓰는 전극 바인더와 분리막이다. 연료전지에서 바인더는 분말가루 형태의 전극을 단단히 결합시키고 전극층 내부에서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채널을 형성하며, 분리막(이온교환막)은 고체 전해질로 양극에서 음극으로 음이온(수산화이온)을 선택적으로 이동시키는 채널 역할을 한다.
○ 현재 산업계에서는 양이온 교환막 연료전지(PEMFC)가 성능과 내구성이 우수해 많이 쓰이지만, 촉매로 값비싼 백금을 사용하다보니 가격이 고가인 게 흠이었다. 실제 백금 촉매가 양이온 교환막 연료전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 이에 반해 음이온 교환막 연료전지(AEMFC)는 니켈과 구리 등 비귀금속계 촉매를 사용해 제조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고, 관련 기술은 연료전지뿐만 아니라 수처리, ED(Electro Dialysis?전기투석) 시스템에도 활용될 수 있어 산업계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핵심소재인 음이온 교환소재(바인더 및 분리막)의 성능과 내구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은 기존 상용 음이온 교환소재의 성능과 내구성을 한층 개선시켰다. 상분리* 특성이 우수해 동일한 이온교환능(이온 교환 반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상용 바인더와 비교해 이온전도도가 3배 이상 향상됐고, 화학적 안정성이 높아졌다.
*상분리(相分離): 이온의 이동 체널인 친수성부분과 고분자의 소수성 부분의 뚜렷한 분리 현상
○ 하지만 양이온 교환소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성능은 양이온 교환소재와 동등하지만, 내구성이 양이온 교환소재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점은 연구진에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 이에 따라 신규 음이온 교환막 연료전지는 당장 자동차나 건물용 연료전지를 대체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이용 빈도가 낮아 높은 내구성을 요구하지 않는 UPS(Un-interrupted Power System?무정전 전원 공급장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현재 음이온 교환소재 시장은 기술 선진국의 각축장이다. 기존 생산국인 독일과 일본 이외에도 미국과 캐나다까지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는 관련 소재 생산 기업을 설립하고, 신규 제품도 발표했다.
○ 하지만 한국은 독일 푸마테크와 일본 도쿠야마 등으로부터 음이온 교환소재를 100% 전량 수입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에는 관련 상용기술을 보유한 기업도 없다.
? 또한 음이온 교환소재는 연료전지 이외에도 수전해, 레독스 흐름 전지,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기술 등에 활용될 수 있어 파급효과가 크다. 다시 말해, 수입대체 효과뿐만 아니라 관련 시장 확대도 기대되는 것이다.
? 에너지 조사기관 ‘네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이온 교환막 연료전지 시장규모는 2024년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온교환소재(바인더 및 분리막) 시장은 전체의 10%인 1.5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 연구책임자인 이장용 박사는 “연료전지의 소재 시장이 전체의 10%나 되는 것은 엄청 큰 규모”라면서 “이번 기술이전을 계기로 ㈜SDB와 함께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음이온 교환소재를 상용화시키고, 가격을 낮추기 위한 원천기술 연구 개발에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연구재단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의 결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