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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인간과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과의 끝없는 경쟁(기고문)

작성자관리자  조회수1,997 등록일2007-11-20
질병은 외부의 미생물이 몸에 들어와 발병하는 결핵, 에이즈, 감기, 피부염증 등의 외인성 질병과 몸 내부 기관의 이상으로 발병하는 고혈압, 치매 등의 내인성 질병으로 나눌 수 있다. 외인성 질병은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되어 발병되거나 전염되는 특징이 있다. 지구촌에서 인간과 병원성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한 미생물의 감염증 유발, 인간의 치료제 개발, 세균의 치료제에 대한 내성 발현, 내성균 감염증에 대한 치료제 개발, 이런 악순환 즉 인간과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끝없는 경쟁은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적 교류와 물적 교류가 지구촌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에이즈, 결핵 등 전염성이 강한 감염증은 언제, 어디서나 치명적이거나 일시적으로 남녀노소 상관없이 광범위한 지역으로 전염되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이러한 감염증은 사람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안감과 큰 경제적 손실을 유발하기도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사스, 조류독감(AI)같은 신종/변종의 병원성 미생물의 출현으로 공포에 떨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감염성이 강한 탄저병균, 결핵균 등이 생물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감염증 치료제의 개발은 한 국가의 보건정책과 사회 안전 유지에 매우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신약 개발은 약물의 표적을 선택하고, 표적의 역할을 시험하고 확인하는 전 연구 단계, 약물이 될 유망한 선도물질을 과학자들이 화학적으로 합성하거나 자연, 특히 토양의 세균이나 식물 등에서 찾아내는 선도물질 발굴 단계, 선도물질을 사람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기 전에 동물시험과 생화학적 실험을 통하여 개발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인 전 임상 시험 단계, 최종 승인을 얻기 이전에 전 임상을 거친 물질의 효과와 부작용을 사람을 대상으로 판정하는 임상 시험 단계 순으로 진행된다.



임상 시험을 마치고 임상 자료를 분석하여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면 제약회사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 신약 승인 신청을 하게 된다. 신약 승인 이후에 약품생산 기준에 따라 신약이 대량으로 생산되어 환자들에게 판매되기 시작한다.



이와 같이 하나의 신약이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을 때까지 평균 10-15년의 기간과 대략 8천억 원에서 1조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신약개발은 이러한 투자가 진행되는 중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처음에 5천 내지 1만개의 물질이 발굴되어도 최종적으로 승인을 받는 숫자는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개발에 성공한 신약은 매년 평균 3억 달러에 달하는 순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다.



이렇게 어렵게 개발한 치료제에 대한 병원성 세균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항균제의 병원성 세균세포 내 침투와 축적의 방해, 표적분자의 변형으로 인한 내성, 항균제의 불활성화를 통한 내성 등의 방어기술을 갖고 있다. 이러한 병원성 세균의 약제내성은 자손에게 유전되기도 한다. 항균제 내성은 환자의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유발한다.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대된 항균제 내성의 발현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는 항균제 오남용을 줄여야 한다. 인간은 항균제가 병원성 박테리아 감염질환을 치료하는 특수한 치료제라는 것을 인식하여 항균제를 오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항균제의 올바른 사용이 항균제 내성 발생을 막는 첫걸음이다. 항균제 복용은 반드시 정확한 의학적 판단에 따라야 하고 용법 용량을 잘 지켜야 한다.



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어 어렵게 개발된 신약에 대한 내성 발생의 억제는 약물을 오랫동안 여러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막대한 자원의 낭비를 막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는데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인간은 병원성 박테리아에 대해 수동적일 수 밖에 없고 또 그들의 세대 차이가 매우 짧아 이들과의 경쟁에서 앞선 적이 없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동과 적절한 자기 관리로 건강을 잘 지켜 병원성 세균에 감염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화학연구원 신약연구단 감염증치료제연구센터장 박태호 (2007년 11월20일 중도일보"사이언스칼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