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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융합기술과 미래의료기술 (기고문)

작성자관리자  조회수1,686 등록일2007-06-22
얼마 전 미국의 유명한 경제월간지 포브스에서 창간 85주년을 기념해 `누군가가 발명해주었으면 하는 15가지 기술'에 대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15가지 기술은 만능기계, 자동번역기, 도우미 로봇 등 10년 안에 개발이 가능한 기술에서부터 타임머신, 공간이동 등과 같이 기술발전 속도나 알려진 물리학 법칙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해 보이는 기술도 있다.



이 중에서 젊어지는 약과 저절로 날씬해지는 허리띠 등이 눈에 띈다. 현대인의 가장 큰 관심사인 건강과 젊음에 대한 욕구가 뚜렷이 보인다. 현대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러나 사망률 1위인 암 발생빈도는 과거에 비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증가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될 수 있다.



우선 과거에 비해 발달한 진단기술로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발전된 의학기술로 인해 수명이 늘었다는 점이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노화가 진행되면서 DNA에 손상과 마모가 생겨날 수 있고 이에 따라 유전자 복제시의 에러 확률이 높아진다. 이와 같은 에러가 누적되면 세포가 사멸되거나 치명적인 암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암환자의 52% 이상이 60대 이상이라는 사실도 위의 가설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노화를 막는 젊어지는 약을 만들 수 있다면 가장 확실한 암 예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젊어지는 약의 개발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현재 인구 121명당 1명이 암환자라고 한다. 이 비율은 경제가 발전하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북유럽의 경우 이미 인구의 3%가 암환자라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암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암이 감기처럼 간단한 병이 될 수는 없을까? 실제로 초기에 발견된 암은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암은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다. 증상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미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점 때문에 꾸준한 건강검진이 필요하지만 암은 정기검진으로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비교적 복잡한 검진절차를 꺼리는 사람들도 많다.



만일에 피 한 방울로 각종 질환, 그 중에서도 암이나 심혈관 질환과 같은 주요 질병들을 진단 할 수 있다면 이 문제가 훨씬 간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어렵다. 우선, 질병에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표지자들의 특이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개인간의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단순히 표지자들의 농도만으로는 확실한 진단이 어렵다. 게다가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극미량의 표지자도 검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질병에 특이적인 표지자를 발굴하려는 지속적인 노력과 더불어 극미량의 표지자 단백질 또는 DNA 등을 검출할 수 있는 미래형 진단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현재 많이 연구되고 있는 나노기술과 바이오기술의 융합이 여기서 빛을 발휘할 수 있다. 나노구조의 장점을 살려 극미량의 표지자를 검출할 수 있는 고감도 센서 또는 1mm 이하의 종양도 볼 수 있는 조영제 등이 연구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수준은 아직 미국 등 선진국 수준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물론 한국의 연구비를 미국의 연구비 수준과 비교하는 것은 엄청난 물량과 인력을 동원한 미국 영화와 한국 영화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한국영화 `밀양'이 참신한 아이디어와 독창성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융합기술분야는 이와 같이 우리의 창의적 장점이 발휘될 수 있고 성공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이다.



부강한 나라는 건강한 국민이 만든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이끌어 갈 건강한 국민을 위해서 미래의료기술은 우리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분야이다. 제약회사 로슈의 CEO인 휴머(Franz B. Humer)는 "연구개발이 중요한 지식산업에 규모의 경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아이디어의 경제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부와 연구기관 그리고 기업이 하나가 되어 미래의료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창의적인 연구가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시기이다.



한국화학연구원 이재도 원장 < 디지털타임즈 2007. 6. 22(금) 게재>